정말 재밌지 않겠나?" 왕칠은 주먹을 쥐고 사왕손을 노려보았다. 너무쥔 주먹에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왕칠은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월낭도 무서운 눈빛으로 사왕손을 노려보고 차마 감당하지 못할 모욕과 분노에 그녀의 두 눈은 눈물"왜 그런 눈으로 보나? 웃어 봐. 좀 더 오래 살려줄 지 모르지 않나?" 사왕손은 지금의너무나 즐거운 듯 쉬지 않고"크크크크. 웃어. 나 사왕손은 웃는 동안은 너를 무조건 살려두겠어.웃어보라고. 크크크크크." "하지만 네가 아무리 크게 웃어도 나는 절대용서하지 않겠다, 사왕손." 목소리는 나직했고 차분했으며, 또한 갑작스러웠다. 사왕손의뒤에서 들려왔는데, 아무런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목소리는 감정 대신한 종류의 기세만을 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살기였다. 깜짝사왕손은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순간에 사왕손은 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주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를 깨닫게사왕손의 뒤에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었다.주인은 나무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신법이나아니었다. 그저 높은 나무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는데, 몸이 떨어지는머리 위로 잡은 칼 한 내려치는 기세가 더욱 빨랐다. 흡사 빛살 같았고 더 이상수 없을 듯 보였다. 번쩍-!! 제 십 육 장.나는 왜 강해지려고 하는가? 처음에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지금에 와서도 나는 여전히 약속만을 위해 강해지려고 하는 것일까?현암 도장과 또다른 약속을 한 적이생사를 건 싸움에서 오히려 남을 덜 다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강해지겠다고. 강해진다는 건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의미도 있는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강해진다는 것의 또다른 의미를 나는속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사왕손을강해진다는 것은 또한 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나를 남이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않을까? 내가 도착했을 때, 스스로를 사왕손이라고 밝힌 흰 머리카락 노인은 오른손으로 한 사람을 잡고노인의 오른손이 흔들린다 싶은 순간에 사람의 몸이 마치 종이조각처럼흩어졌다. 나는 비명을 듣고 즉시 달려왔다. 아마도 나중에 이름을된 왕칠이나 월낭 둘 중 하나의모양이다. 하지만 달려오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만약 내가 조금만일찍 도착했더라면? 그렇다면 조평의 목숨은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야말로 가장 가치일이지 않는가. 과거는 지나가는 순간에 이미 굳어버린다. 과거는 반성하고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후회하기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바닥을 뒹구는 다섯 개의 몸통을 그 얼굴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또하나의역시 결국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도합 여덟 구의시체를 본 셈이다. 남에게 죽임 당한 시체라면 본래악물고 가장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어야 마땅했다.이룬 소망과 미처 꾸지 못한 인생의 꿈을 아쉬워해야 하는하지만 노인이 만든 시체는 달랐다. 시체는 웃고 있었다. 사람은 웃을 때웃어야 하듯이 울 때는 마땅히한다. 고통스럽게 죽은 시체는 웃지 말아야 한다.조평이라는 사람은 결코 웃고 싶어하지 않았을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기조차 매우 어렵거늘, 죽은 후에도 영원히의도대로 웃어야 한단 나는 화가 났다. 미칠 듯이 화가 났다. 나의 몸은못하고 동작 또한 빠르지 못했다. 나는몸을 회전시킬 수 있으며 짧은 거리라면 그야말로 번갯불처럼 움직일 수 있는 순발력을 길렀으나, 그건 짧은 거리에 국한된 움직임일 뿐이었다.